제주도 워크숍 기간 중 봤던 드라마 『SKY 캐슬』 마지막 회 스크린샷. 강준상의 가족이 혜나가 잠든 납골당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. |
요즈음, 아내와 함께 즐겁게 봤던 드라마가 『SKY 캐슬』이다.
내가 싸가지 없는(!)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, 이 드라마에는 그런 면에서 강력한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, 초반에는 눈 뜨고 귀 열고 보고 들어 주기가 괴로웠다. (특히 예서 목소리 듣기 싫어서;;)
그래서 중반까지는 아내가 이 드라마 보는 동안 나는 헤드폰을 뒤집어 쓰고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다.
그런데, 이 드라마가 중후반부에 본격적으로 스릴러물이 되어 가면서부터, 묘하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바람에 나도 아내와 함께 보기 시작했다.
이 드라마야, 최근 워낙 사람들이 즐겨 이야기하고 보면서 화제가 됐고, 이야기할 주제가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.
그 중에서 내가 적어 두고 싶었던 이야기는 '강준상의 변화'에 대한 것인데…….
『SKY 캐슬』의 강준상, 이 남자 (JTBC 드라마 유튜브 캡처) |
(한편으로는 자신의 냉정한 결정 때문에) 혜나가 죽은 후, 뒤늦게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강준상은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지고……. 서서히, 자신의 삶이 빈 껍데기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.
나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인지,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.
조금 전까지 강준상은 자기 딸의 가정교사였던 혜나가 당한 불행한 사고, 그리고 자신의 결정으로 치료가 늦어져 결국 혜나가 죽음에 이른 데 대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조금 보이지만, 그 뒤로는 장례식에도 가지 않고 골프 치고 술 마실 만큼 거의 아무런 연민을 보이지 않았다.
그런데, 혜나가 사실은 자신의 딸이었다는 비밀을 알게 되자마자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이고, 갑작스럽게 사람이 변해 버린 것이다. 그 아이가 17살이 되도록 만나 본 적도 없는 사이였는데.
단지, 그 아이가, 사실은 그냥 타인이 아니라, 자신의 유전자 절반을 받은 친자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(원래의 관계는 타인 간의 관계나 다름 없었는데) 그렇게 사람이 큰 충격을 받고 변화하게 될까?
그럴 수도 있겠지. 더구나 드라마 속 혜나는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, 강준상의 결정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기다리던 중 사망한 것으로 그려지니까, 그런 상황이라면 나중에 비밀을 알고 나서 더욱 황망하고 죄책감이 컸을 수 있겠다. 그러나…….
처음에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아,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,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깃거리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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